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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LTV·DTI 다시 조이면 뒤죽박죽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0 16:45

수정 2014.12.10 16:45

실적 없자 부작용 우려 커져.. 崔부총리 초심 잃지 말아야

세밑이 코앞이지만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 수년째 이어진 불황의 골이 올해는 유난히 깊게 느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8%에서 3.5%로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내년 세계경제가 영 안 좋으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포럼에서 "내년 성장률에 하방 리스크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거기서 기존 전망치(4.0%) 밑으로 내년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표 경제는 엉망이다.
전분기 대비 실질성장률은 4분기째 0%대에 머물러 있다. 11월 소비는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더 나빠졌다. 가계부채는 9월 말 기준 1060조원으로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반면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자연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7%(9월)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빚쟁이들의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강화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국회 산하인 입법조사처는 종종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보고서를 낸다. 이번 보고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도 입법조사처가 LTV·DTI 규제를 다시 조일 것을 주문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원래 야당은 최 부총리가 LTV·DTI 규제를 푸는 데 반대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초이노믹스의 '심장'을 겨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여건은 불투명투성이다. 금리인상을 앞둔 미국은 강달러를 앞세워 글로벌 자본을 빨아들일 태세다. 원유 수출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신흥국들은 국제유가 급락에 당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흥국에 유입된 국제 유동성이 선진국, 특히 미국으로 대이동을 앞둔 형국이다. 자금의 대이동은 흔히 펀더멘털이 불안한 신흥국 경제에 생채기를 낸다.

최 부총리는 고공 외줄을 타고 있다. 줄을 빨리 건너지 못하면 지켜보던 관중은 슬슬 야유를 퍼붓다 줄을 흔들기 시작한다. 초이노믹스는 5개월이 흘렀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 그 대신 가계부채 급증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초이노믹스는 타이밍 싸움이다.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실적을 쌓아야 한다. 그러려면 현 부양 기조를 굳건히 지속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금융위기 직후의 미국처럼 좀 더 과감한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등장하기 전까지 20여년간 일본 경제는 우왕좌왕하다 실기했다.
KDI는 확장적 거시정책과 차질 없는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올바른 처방이다.
지금 LTV·DTI 규제를 원위치시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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